[박근종 칼럼] 정년연장 입법 박차, 청년들의 일방적 희생없이 납득할 수 있어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12-12 13: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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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이재명 정부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65세 법정 정년 연장의 단계적 도입과 관련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만간 당 차원의 최종 공식안을 확정하고, 연내 입법 절차에 속도를 가할 전망이다. 지난 12월 4일 국회와 경영계,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2일 개최된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단계적 법정 정년 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을 결합한 3개 방안이 구체적으로 노사에 제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년연장특별위원회’에는 경영계를 대표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노동계를 대표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이 각각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을 2029년 또는 2030년부터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하고 ‘65세 정년 연장 입법’을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목표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특히 오는 12월 9일 ‘정년연장특별위원회’ 회의를 열어 정년 연장 및 퇴직 후 재고용 관련 최종안 도출을 시도한다. 우선 지난 12월 2일 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에 제시한 ‘65세 정년 연장 방안’은 제1안으로 2028년 정년 연장을 시작해 2036년까지 2년에 1년씩 늘리는 방안, 제2안으로 2029년 시작해 2039년까지 10년간 늘리는데, 61·62세로는 3년에 1년씩, 63·64세로는 2년에 1년씩 늘리는 방안, 제3안으로 2029년 시작해 2041년까지 12년간 3년에 1년씩 늘리는 방안이다. 특히 여기에 정년 연장이 단계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65세가 되기 전 정년을 맞이할 사람들을 퇴직 후 1∼2년간 재고용하는 정년 연장과 재고용 의무화를 함께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정부 여당이 연내 정년 연장 입법화를 향해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드러난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보인다. 고령층 고용안정과 평균수명 증가를 고려하면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일정 부분 타당하지만, 청년 고용 축소와 기업 부담이라는 구조적 충돌을 외면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처럼 정년 연장 입법에 속도를 내는 건 80%에 가까운 압도적 찬성 여론에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4~26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국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면접 방식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만 60세인 근로자의 법정 정년을 만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자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79%가 ‘찬성한다’라고 답했다. ‘반대한다(18%)’와 ‘모름·무응답(3%)’을 압도한 결과였다. 민주당 지지층(찬성 87%)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찬성 여론(71%)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연령별로도 60대(74%)와 30대(76%)·20대(77%)를 제외하면 전 연령대에서 80% 이상이 정년 연장에 찬성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주민등록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지난 12월 23일 사상 처음 20%를 기록하며 한국도 국제 기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늦은 나이까지 가장 많은 노인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장 높은 고용률을 보이는 이면에는 ‘노동의 보람’보다 ‘생계를 위한 선택’이 자리하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기본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현실과 연금 수령 기간까지 소득 공백기인 ‘소득 크레바스(Income Crevasse │ 소득 절벽)’가 고령층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6일 국민연금연구원 오유진 주임연구원이 내놓은 ‘국민연금과 고령자 노동 공급’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로 가장 높았다. OECD 평균은 13.6%였고 대표적인 고령 국가인 일본도 25.3%에 그쳤다. 연금을 받는 나이임에도 일자리를 찾는 원인이 더 충격적이다. ‘생활비에 보탬’이 54.4%로 절반을 넘었다. 더는 노인 빈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과 고령자 노동 공급’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국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은 20.3%에 달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층이 희망하는 근로 연령은 평균 73.4세에 달했다. 해당 조사에서 근로 희망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이 54.4%로 절반을 넘었고, ‘일하는 즐거움’ 36.1%, ‘무료함 달래기’ 4.0% 순으로 조사됐다. 연구원은 이러한 생계 중심 노동의 근본 원인으로 ‘턱없이 부족한 공적연금 수준’을 지목했다. 지난해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66만 원에 불과했다. 1인 가구 월 최저생계비인 134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평생 국민연금을 납부했음에도 노후에는 추가 소득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가뜩이나 연금 첫 수령 나이도 1961∼1964년생은 63세, 1969년생 이후부터는 65세로 늦춰진다.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이 미뤄지면 연금 고갈 시기도 앞당겨질 게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퇴직 연령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법정 정년(60세) 이전에 일자리를 관둔 나이가 올해 기준 52.9세였다. 고령층이 일하고 싶은 희망 연령인 73.4세와는 괴리가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고령자 고용이 늘어날수록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기 마련이어서 마냥 반길 일만도 아니다. 위태로운 청년의 삶이 고령자 고용을 위해 소비되는 희생양이 돼선 결단코 안 될 것이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정년이 늘어나는 동안에는 기업들이 재량에 따라 선별적으로 은퇴자 재고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와 관련해 여당은 정년 연장 대상자에 제한해서는 노조 동의 없이 임금을 삭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한꺼번에 정년을 높이자는 노동계 요구와 달리 9∼1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정년을 늘리자는 여당 제안은 진일보(進一步)한 측면이 있다. 다만 그렇다고 법정 정년 연장이 청년층 일자리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없어지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정규직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안정·노후보장에 초점이 맞춰진 정년 연장 논의는 청년층의 좌절감만 키울 수밖에 없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1월 12일 발표한 ‘2025년 10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올해 10월 기준 15∼29세(청년층)의 취업자 수는 352만 1,000명으로 지난해 10월 368만 5,000명보다 16만 3,000명이나 줄었다. 15∼29세(청년층)의 고용률도 올해 10월 44.6%로 지난해 10월 45.6%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법정 정년이 높아져 대기업, 금융회사, 공기업들이 채용 문만 좁히게 되면 일자리 사다리의 첫 칸조차 올라서지 못하는 청년은 늘어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이미 구직 의욕을 잃고 ‘그냥 쉬는’ 15∼29세(청년층) 수는 올해 10월 기준 40만 9,000명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20∼29세(20대) 수는 40만 2,000명, 30∼39세(30대) 수는 33만 4,000명에 달해 일도 구직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는 ‘2030 세대’만도 무려 73만 6,000명에 이른다. 취업난 속에서 무기력증에 빠진 청년들에게 정년 연장 속도전은 자신들의 미래를 흔드는 기득권 세대의 밥그릇 챙기기로만 비칠 수 있다.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등 근본적 해법을 함께 제시하지 않는다면 청년들의 상실감과 박탈감은 더욱 깊어질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법정 정년 연장을 순차적으로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대략 10년 내 65세까지 늘어나면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추계만 봐도 고령 근로자 1명을 늘리면 청년 근로자는 1.5명까지 줄어든다. 부모 세대 안녕을 위해 자식 세대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딜레마다. 노사 간 숙의도 필요하지만, 상생하는 정년 연장을 위해선 그동안 논의에서 배제된 청년 목소리를 경청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년 연장 방식과 속도는 신중해야 한다. 정년 연장은 세대 간 고용 분배, 기업 부담, 산업 경쟁력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개혁이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은 뒤늦게 발족한 ‘정년연장특별위원회’내 ‘청년 TF’의 단소리와 쓴소리를 가감 없이 들어야 한다. 정년 연장이라는 중대 사안을 두고 청년을 들러리로 세울 수는 없다.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의 직무급 전환 같은 근본 개선 없이 법정 정년만 연장한다면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그동안 고임금과 고용안정을 누려온 소수 집단의 노후 소득 공백을 메우는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12월 4일 발표한 ‘일본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 시행 20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종업원 20명 초과 일본 기업의 고령자 고용확보 방식은 계속 고용(재고용)이 69.2%, 정년 연장이 26.9%, 정년 폐지가 3.9%로 집계됐다. 300명 초과 대기업은 계속 고용이 81.9%로 압도적이다. 한마디로 고령자 고용을 늘리기 위한 일본의 ‘20년 실험’ 결론은 정년 연장이 아니라 계속 고용이라는 얘기다. 다만 2009년 조사에서는 85.8%였던 계속 고용 비중이 2024년엔 12.9%포인트 줄어든 반면 정년 연장 비중은 같은 기간 12.1%에서 26.9%로 11.8%포인트 늘었다. 우리나라도 중소기업의 68%, 중견기업의 62.1%가 이미 계속 고용을 시행하고 있어 산업 현장에서는 퇴직 후 재고용이 정착되고 있음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정년 연장은 단순한 노년층의 삶만이 아니라 청년의 미래, 기업의 생존, 국가 경쟁력까지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지금 가장 절실하고 중요한 것은 고령층·청년층·기업의 이해가 균형 있게 반영된 종합 패키지 개혁이란 데 있다. 무엇보다 청년층이 부담을 떠안는 구도가 되지 않도록 세대 간 균형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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